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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가 좋아하는 "이"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바로 날도 저물어서,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또 문 밖에 나가지도 않구 자리에 누워서,머리에 손깍지 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 2025. 4. 19.
(2) 내가 좋아하는 "이" 백석 – 바다바닷가에 왔드니, 바다와 같이, 당신이 생각만 나는구려 바다와 같이 당신을 사랑하고만 싶구려 구붓하게 모래톱을 오르면 당신이, 앞선 것만 같구려 당신이 뒷선 것만 같구려 그리고 지중지중 물가를 거닐면, 당신이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구려 당신이 이야기를 끊는 것만 같구려 바닷가는 개지꽃에 개지 아니 나오고 고기비눌에 하이얀 햇볕만 쇠리쇠리하야 어쪈지 쓸쓸만 하구려 섧기만 하구려 2025. 4. 19.
(1) 내가 좋아하는 "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가난한 내가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나타샤를 사랑은 하고눈은 푹푹 날리고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나타샤와 나는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눈은 푹푹 나리고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눈은 푹푹 나리고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2025.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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