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위의 고양이 - 박서원
그는 난간이 두렵지 않다, 벗꽃처럼 난간을 뛰어넘는 법을 아는 고양이
그가 두려워하는 건 바로 그 묘기의 명수인 발과 발톱, 냄새를 잘 맡는 예민한 코
어리석은 생선은 고양이를 피해 달아나고
고양이는 난간에 섰을 때, 가장 위대한 힘이 솟구침을 안다
그가 두려워하는 건, 늘 새 이슬 떨구어내는 귀뚜라미 푸른 방울꽃
하느님의 눈동자 새벽별, 거듭나야 하는 괴로움, 야옹, 야옹
박서원시인 - 1960 서울 출생, 1989년 [문학정신] 등단, 1999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
난간위의 고양이 - 이문재
그녀는 난간 위에서 고양이처럼 조심스럽고 태연하게 앉아 있었다
그 아래는 열 층 높이의 허공이었다
나는 다가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었다.. 말을 붙일 수도 없었다
그녀가 몸을 돌려 나를 보는 순간 나는 눈을 내리 깔았다
그녀는 오래도록 난간 위에 앉아 있었다 고양이처럼 조심스럽고 태연하게
그 아래는 열 층 높이의 허공이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한 번도 떨어진 적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한 번도 그녀를 안아본 적 없었다
이문재 - 시인 , 대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