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다
목마(木馬)와 숙녀(淑女) -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 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
2025. 4. 23.
소호강호
江湖一笑, 恩怨了了。天地悠悠, 英雄寂寞。강호에서 한 번 웃으니, 은원(恩怨)이 끝나네. 천지는 유유히 흐르고, 영웅은 고독하도다. 강호(江湖)天下風雲出我輩, 一入江湖歲月催, 皇圖霸業談笑中, 不勝人生一場醉, 提劍跨騎揮鬼雨, 白骨如山鳥驚飛, 塵事如潮人如水, 只嘆江湖幾人回 천하의 풍운 속에 우리들이 나섰다. 한번 강호에 들면, 세월은 화살처럼 흘러가네. 황도의 패업도 담소 속에 이루어지고 사라지니, 어찌 인생에서 한바탕 취하지 않을 수 있으랴. 검을 들고 말에 올라 귀신비를 휘두르면, 전장엔 백골은 산처럼 쌓이고, 까마귀 떼는 놀라 하늘로 흩어지네. 세상일은 밀물처럼 밀려오고 사람은 물처럼 흘러가니, 강호에서 살아 돌아온 이는 몇이나 될까. 天下風雲出我輩, 一劍縱橫任我行 恩怨消散笑傲情, 天地悠悠獨自情..
2025. 4. 23.
손을 내밀어..
난간위의 고양이 - 박서원 그는 난간이 두렵지 않다, 벗꽃처럼 난간을 뛰어넘는 법을 아는 고양이그가 두려워하는 건 바로 그 묘기의 명수인 발과 발톱, 냄새를 잘 맡는 예민한 코어리석은 생선은 고양이를 피해 달아나고고양이는 난간에 섰을 때, 가장 위대한 힘이 솟구침을 안다그가 두려워하는 건, 늘 새 이슬 떨구어내는 귀뚜라미 푸른 방울꽃하느님의 눈동자 새벽별, 거듭나야 하는 괴로움, 야옹, 야옹 박서원시인 - 1960 서울 출생, 1989년 [문학정신] 등단, 1999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 난간위의 고양이 - 이문재그녀는 난간 위에서 고양이처럼 조심스럽고 태연하게 앉아 있었다그 아래는 열 층 높이의 허공이었다나는 다가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었다.. 말을 붙일 수도 없었다그녀가 몸..
2025. 4. 20.